본문 바로가기

저널리즘 따라잡기/연구/논문

언론이 인문학에 소통의 길 묻다

(이글은 언론 도서관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2013 한국언론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기분 좋은 가을 햇살을 만끽할 수 있었던 10월 12일,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산학협동관에서 열렸다. 

400명에 가까운 언론학자 및 전문가가 참석한 이날 정기학술대회의 슬로건은 지난 봄철 정기학술대회와 같은 ‘소통(疏通): 매체를 넘어 인간으로’였다.
 
이는 현재 미디어 현상에 대한 설명과 전망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언론학계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http://bucheon.tistory.com/1117

기존 언론학 반성하고 인문학적 접근 강조

언론학의 풀이말로서 인문학은 기존 언론학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된 인문학 기획세션의 주제는 ‘커뮤니케이션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서의 인문학’이었다. 

여기서 패널들은 미디어 중심의 언론학에 대해 반성하고 언론학 이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언론학이 본래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문학적 접근의 유용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양적 연구 중심의 학문 풍토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의 역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원로 언론학자들은 시니어 세션에서 이를 주제로 진단을 시도했다.

‘한국의 사회 갈등과 언론의 역할 모색 : 한국 언론은 갈등의 조정자인가, 조성자인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원로 언론학자들은 우리나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편협한 시각을 가진 채 갈등을 중심으로 사회 이슈를 보도함으로써 국민이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언론이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널리즘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PNG

2.PNG

(한국언론학회가 주관한 가을 정기학술대회가 ‘소통 : 매체를 넘어 인간으로’라는 주제로 10월 12일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렸다.)



최근 언론 관련 이슈 중 학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히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뉴스 시장이다. 

이와 관련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기획세션으로 마련된 ‘온라인 뉴스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는 논문 두 편이 발표됐다. 

대진대 이정훈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의 뉴스의 재개념화’라는 논문에서 젊은 수용자를 중심으로 뉴스미디어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뉴스에 대한 재개념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 방법으로 밝혔다. 

젊은 수용자는 포털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나 예능프로그램조차도 뉴스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젊은 수용자의 뉴스 이용이나 관심이 줄었다는 주장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다.


포털의 뉴스서비스에 대한 발표 · 토론 집중

한편 세명대 김기태 교수는 ‘온라인 뉴스 저작권과 뉴스산업 보호의 쟁점’이라는 논문에서 포털사이트의 뉴스 저작권 문제를 다뤘다. 

포털사이트가 뉴스 저작권 침해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를 유발하거나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봤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포털사이트가 뉴스 저작권 침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방지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의 책임을 엄격하게 따지기보다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중단시키는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널리즘 연구회에서도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 문제를 다뤘다. 

서울신문 문소영 논설위원은 ‘포털 뉴스서비스의 변화에 따른 신문 저널리즘의 왜곡’이라는 논문을 통해 네이버 뉴스서비스의 명암을 조망하고, 포털사이트도 뉴스미디어로서 우리나라 저널리즘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화두로 해 각계 전문가와 학자의 집단 토론이 있었다. 

이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의 포털사이트 집중화가 사실은 언론사들이 야기한 결과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또한 최근 포털사이트에 대한 일부 언론사의 비판이 순수한 것이 아니라 자사 뉴스 가격 올려 받기라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 뉴스 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

3.PNG

                                                                                     (학술대회에는 400여 명의 언론학자와 전문가가 참여했다.)




통일 커뮤니케이션 연구회는 ‘한반도 통일과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과제’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여기에 참석한 패널은 언론학자 외에도 북한학자, 경제학자, 대북방송 운영자, 북한 이탈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였다.

이들은 통일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통일 비용이 분단 비용보다 크지 않으며 통일은 부담이 아니라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사실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언론이 남북문제와 통일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 북한 언론인 재교육 등 통일 후 북한 지역의 언론 체제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TV 예능프로그램의 진화’를 주제로 한 기획세션도 눈길을 끌었다. 연세대 윤태진 교수와 이설희 박사는 ‘한국 텔레비전 예능·오락프로그램의 어제/오늘/내일: 지상파방송 3사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텔레비전 예능 · 오락프로그램의 최근 변화상으로 스튜디오형 버라이어티쇼가 퇴조하고 야외형 버라이어티쇼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과 신변잡담 중심의 토크쇼나 오락형 인포테인먼트쇼가 부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텔레비전 예능·오락프로그램의 변화는 테크놀로지 발달로 인해 시청자의 바뀐 일상이 추동하고 있다고 봤다.


언론학 흐름 알 수 있는 신진학자 논문 발표 증가

이번 학술대회의 특징 중 하나는 신진학자의 논문 발표가 많았다는 점이다. 

5개 세션에서 모두 12개 논문이 발표됐는데, 언론학의 새로운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중에서 뉴스 소비와 관련된 논문은 ‘수용자 인지 효과 측정에 관한 연구: 인터넷 뉴스 메시지를 중심으로’(성균관대 김은미 박사), ‘언론 보도 노출 후 소집단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이슈 지각과 구전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성신여대 이형민 박사), ‘뉴스 프레임의 변화에 따른 인터넷 폭력 게임물에 대한 3자 효과의 변화’(성균관대 홍성철 박사)가 있었다.

그리고 뉴스 생산과 관련된 논문으로는 ‘뉴스 정보원 인용에서의 척도 없는 연결망 현상과 언론의 편향성’(서울대 박대민 박사)이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하부구조와의 연결성과 집합적 효능감이 중국 동포 이주민의 통합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연세대 김유정 박사)과 ‘북한 이탈 주민의 미디어 이용과 남한 사회 적응의 문제점’(한국외대 이은경 박사)은 미디어의 사회화 기능에 대한 논문이었다.

미디어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지금, 사회의 화두 중 하나가 소통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언제 어디서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촘촘한 연결망 사회에서도 소통은 언제나 힘들다. 

미디어를 핵심 영역으로 다루던 언론학이 인문학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소통의 핵심이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올해 ‘학문의 교차로’로 일컬어지는 언론학의 인문학 편입은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김위근 /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이글은 언론 도서관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출처 - http://kpfbooks.tistory.com/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