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미디어 동향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3. 미디어 기업의 실패 유형
실패한 미디어 기업의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각 사례마다 독특한 상황과 이유가 있지만 실패를 관통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이유도 찾을 수 있다. 미디어 산업계의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미디어 환경 자체가 급격히 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가 일으킨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른 나머지 미디어 기업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전략을 마련하고 대처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파산하는 기업이 무더기로 속출하고 있다. 달라진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디어 기업도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함에도, 실패한 미디어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변화에 대한 대처가 너무 느리거나 방향을 잘못 잡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는 데 실패하였고 그 결과로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폐간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실패의 과정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얻게 된 몇 가지 유형을 추려보았다.
1 ) 과거에 집착하여 시기를 놓치다
전통적인 신문산업에 가장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실패의 유형은 과거의 사업모델만을 믿고 따르다가 변화에 적응할 시기를 놓치게 된 경우다. 록키 마운틴 뉴스와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가 이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미디어 기업은 대체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밀착되어 발전해왔다. 덴버나 시애틀 같은 비교적 큰 도시의 신문사는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소도시의 신문사는 작은 규모로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핵심 기능을 하면서 비교적 치열하지 않는 경쟁구조 속에서 유지되고는 있으나, 이들 신문사들도 점차 쇠락하고 있는 추세다. 지역 신문사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수입원은 광고와 구독수입이다. 광고주와 구독자가 지역신문사를 떠나면서 미국 전체 지역신문사들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는 2008년에 발생한 미국 경기침체가 표면상 드러난 이유로 분석이 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00년이상의 전통을 가진 신문사들은 과거에도 다른 미디어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바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케이블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인쇄매체인 신문은 얼마간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위기는 신문사가 폐간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경쟁의 틀을 유지하면서 잘 대처해 나간 편이었다. 가령 1950년대 텔레비전이 출현했을 때, 종이신문사는 ‘속보 뉴스’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하루에 한두 번 발행하는 신문사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뉴스를 전달하는 텔레비전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었다. 신문은 텔레비전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기는 했지만, 해설과 논평 등 깊이있는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텔레비전과 함께 적절한 경쟁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후 인터넷의 등장으로 뉴스 속보의 경쟁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종이 신문사들도 서로 웹사이트를 개설해서 수시로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 혁명은 뉴스를 전달하는 신문사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변화를가져왔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종이신문에서 최신 소식을 기대하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텔레비전도 속보 경쟁에서 인터넷에 밀려난 지 상당히 오래 되었다. 월드와이드웹을 접속하는 기기도 데스크탑에서 노트북으로, 노트북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바뀌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재빠르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기자회견보다 트위터로 실시간 뉴스가 생산되어 소셜 네트워크망을 통해 급속히 퍼지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보스턴 폭탄테 러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스턴 경찰당국은 기자회견보다 먼저 트위터로 용의자 검거 소식을 알렸다. 이렇게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가 종이신문에 앞서서 뉴스 속보를 전달하면서 종이신문이 속도 경쟁을 하는 것은 더이상 무의미해졌다. 독자들은 간단한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만 전달하는 종이신문을 떠나서, 뉴스 속보를 더 빠르고 편하게 전달하는 인터넷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이마케터(eMarketer)가 18세 이상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이 디지털 미디어를 소비하는데 보내는 시간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신문과 잡지에 보내는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15].
디지털 내부에서도 데스크탑 미디어는 약간 줄었고 모바일이 3년 사이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다른 미디어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인쇄미디어 이용률이 하락하고 디지털 미디어는 상승하고 있다. 독자들이 인쇄 미디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 가고 있는데,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독자들에 이어서 광고주들 역시 종이신문을 이탈해서 인터넷 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다. 구독자를 이미 많이 잃어버린 종이신문에 광고주들이 광고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 인터넷 광고시장의 경우 꾸준한 성장을 통해 2012년에 총매 출액이 366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2011년에 비해 15%나 성장한 수치이다(IAB,2013). 광고주의 관심은 독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머무는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야후, 트위터, 텀블러 등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 기업 중에 가장 놀라운 실적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페이스북인데, 2012년에 광고 매출이 16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88%나 차지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Delo, 2013). 이외에 다른 인터넷 기업들도 광고 수익을 늘려가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광고의 최근 경향은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일반 웹사이트에서 소셜 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구독자와 광고가 인터넷 미디어의 출현 이후에 재편되어가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 맞춰서 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광고와 구독자를 모으는 전략을 구사한 록키 마운틴 뉴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 그리고 고메 매거진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8년의 재정위기가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지 전통적 수입원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2 ) 준비 안 된 도전은 위험하다
디지털 전략을 앞서 구상했으나 상황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한 사례가 있다. 더 데일리나 패치 미디어의 경우는 디지털 전용으로 출발했지만 예상했던 만큼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지 못해서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올리언스의 타임스 피키윤은 최소한의 시장조사나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디지털로 넘어가려다가 상황이 악화되었다. 뉴스위크가 디지털 전용으로 넘어가게 된 것 역시 충분한 시장조사와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늘어나는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보려고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전략을 설계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더 데일리의 사례가 잘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매우 높고 그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투자한 비용에 비해 생산된 기사의 내용이나 수준에 있어서도 기존 매체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새로운 매체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상호작용성을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했고, 무료로 제공되는 다른 뉴스와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더 데일리를 통해 뉴스코퍼레이션의 다른 뉴스매체들과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마찬가지로 패치 미디어가 개발한 소지역 뉴스의 온라인 플랫폼은 비효율적으로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다. 소지역 뉴스에 대한 소비 규모와 효과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으며, 투자를 회수할 시점이 너무 짧았다. 디지털 미디어에 특화된 기사와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비하지 못한 점도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뉴스코퍼레이션과 AOL은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에 맞춰 광고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장기적 비전 없이 단기적으로 빠른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만 구사하다가 결국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디어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디지털 미디어가 가져온 새로운 환경으로 경쟁의 층위가 다양해졌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깔리면서 예전이라면 전혀 경쟁할 것 같지 않은 미디어들의 경쟁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세분화된 내용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생산되었다. 전통적 미디어 가운데 안일하게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다가 독자의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고메 매거진의 사례는 지나치게 일반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와 엘리트주의적 관점으로 음식을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 잡지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레시피는 이제 인터넷으로 쉽게 무료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무료 콘텐츠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독자의 취향에 맞춘 세분화된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패턴이 달라짐에 따라 미디어 기업들의 대응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더 데일리의 경우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잡지에 기대하는 수준이 세대별로 다르다. 나이가 든 연령층은 PDF형태의 단순한 기술로 된 글을 보고 싶어했고, 더 어린 연령층으로 갈수록 상호작용성 기술이 탑재된 기사를 보는 것을 기대했다. 성별에서도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을 즐기지만, 여자는 태블릿으로 뉴스를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 차이를 보였다(Moses, 2013).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한다면 실패의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차별화된 콘텐츠도 없었고, 심지어 지역적으로 특화도 고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영국에 더 데일리를 출시하면서 대부분의 기사 내용을 미국 기사만으로 채운 것도 패착이었다. 아무리 디지털 미디어가 기술적으로 발달해서 전세계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역적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데일리는 디지털 미디어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더 데일리의 실험은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과 더불어 구독자와 광고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CNN 뉴스의 경우 최근 10여년 동안 점점 시청자를 잃어버리고 경쟁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에 뒤처지는 양상을 보여주었는데, 그 이면에는 뉴스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존재한다. 우선 24시간 뉴스를 전달하는 빠르고 정확한 케이블 뉴스로서 가지는 명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 케이블 뉴스보다 빠른 디지털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서 CNN은 속보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더 빠른 소식을 얻으려는 뉴스의 소비자는 CNN이 아닌 트위터나 다른 디지털 미디어에 의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원칙으로 삼는 CNN이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나 진보성향의 MSNBC에게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은 미국인들이 뉴스에서 기대하는 바가 달라졌음을 암시한다. 저널리즘 차원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뉴스에 미국인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뉴스보다는 의견이나 해석이 가미된 심층보도에 사람들이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견이 강하게 개입된 기사에 반응하는 미국인의 달라진 성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여과되지 않는 직접적인 뉴스가 통용되는 디지털 미디어가 도래했다. CNN도 아이리포트(iReport) 같은 시청자 참여 뉴스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앞장서고 있는데, 이것은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CNN은 케이블 뉴스로 성공했던 과거의 모델에 한동안 집중하느라 디지털 시대에 적응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뉴스 포맷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변화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4. 결론과 제언
지금까지 실패한 미디어 기업들의 유형을 살펴보았지만, 그 실패에 일정한 요인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각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순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 혁신이 가져오는 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실패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변화를 너무 가볍게 여겨서 무시하거나 기존의 사업방식을 고집스럽게 고수한 기업들에게는 반드시 위기가 찾아왔다. 반면에 디지털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사업을 시작한 기업도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상황을 기존 미디어의 단순한 기술적 변화로만 보고 접근하게 된다면 이 또한 몰이해에서 오는 위기를 맞게 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차이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미디어가 몰고 온 충격 이후에 인쇄 미디어가 일반적으로 힘들게 생존하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뉴욕 타임스는 성공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수익모델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되자, 변화에 맞춰서 유료화 모델과 새로운 광고 모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종이 신문의 위기는 뉴스의 위기가 아니라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데서 비롯된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달라진 환경 속에서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느라 바빠졌다.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때까지 많은 실패와 개선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이 디지털 신문으로 바뀌는 과도기에서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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