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널리즘 따라잡기/연구/논문

실패에서 배우는 미디어 기업의 생존전략(1. 서론)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미디어 동향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미디어 기업의 생존전략


류동협 블랙힐스주립대 매스컴과 겸임교수




1. 서 론


1 )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전통 미디어의 쇠퇴


    세계의 미디어 지형이 디지털 미디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구성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재빠르게 적응에 성공한 미디어 기업도 있으나, 그 변화에 흔들리다가 결국 적응하지 못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미디어 기업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디지털 미디어의 혁신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섣불리 성공과 실패를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무리다. 아직까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한 성공모델로 삼을 만한 미디어 기업을 선뜻 선정하기도 어렵다. 특히, 종이신문산업의 미래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신문협회(Newspaper Association of Ameri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미국내 일간지 신문의 숫자는 1,382개로 1940년에 비하여 약 28% 감소하면서 500여 개의 신문사가 사라졌다. 종이신문에 관련된 다른 통계에서도 암울한 미래만 그려지고 있고, 앞으로 그 전망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고서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신문산업계에서도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비교적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서 나아가고 있다. 신문과 같은 인쇄 매체인 잡지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잡지의 구독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2.2%, 2010년에는 1.5%, 2011년에도 1%씩 낮아지고 있다. 신문과 잡지가 속해있는 인쇄매체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매체와의 경쟁에서 밀려서 점차 쇠퇴하고 있는 추세다.



    워터게이트 스캔들(Watergate Scandal)을 알린 탐사보도의 산실이자 대표적인 종이신문인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은 종이신문이 쇠퇴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현상이다[그림1].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다른 신문사들은 살아남느냐, 혹은 사라지느냐 하는 심각한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The Los Angeles Times), 시카고 트리뷴(The Chicago Tribune),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The Philadelphia Inquirer),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The Minneapolis StarTribune) 같은 지역 유력일간지들은 이미 파산상태에 처해 있다. 덴버 지역의 록키 마운틴 뉴스(The Rocky Mountain News)는 2008년에 문을 닫았다. 종이신문은 경제 위기와 함께 인터넷 매체와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미디어 기업으로 생존만이 위태로 운 것이 아니라, 마침내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까지 내몰렸다(Nichols & McChesney, 2009). 미국 경제위기 속에서 미디어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과연 뉴스를 수집하고 보도하는 언론이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회의적이다. 따라서 많은 미디어 기업들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고 다양한 실험을 필사적으로 거듭하고 있다.


2 ) 디지털 미디어의 약진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디지털 미디어의 약진으로 볼 수 있다.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전통적인 미디어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작성한 ‘2013 뉴스 미디어 현황(The State of the News Media 2013)’ 보고서에서도 뉴스를 접하는 채널로 디지털 매체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2]. 뉴스를 접하는 채널로 텔레비전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편이지만, 라디오와 신문은 급감하고 있다. 수용자들이 이미 2010년부터 신문이나 라디오보다 온라인 미디어에 더욱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온라인 미디어가 텔레비전을 넘어서는 뉴스 공급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Sterling, 2013). 결국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이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디지털 미디어와 경쟁에서 밀린 전통적 미디어들이 고전을 겪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에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가 변화의 동력이 되어 전체적인 미디어 환경을 바꾸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12년에 조사한 ‘뉴스 미디어 소비에 관한 연구’에서는 어제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얻은 사람들이 39%나 되었는데, 이는 2010년의 34%에 비하여 5%나 증가한 수치다(Sasseen, Olmstead & Mitchell, 2013). 29%의 신문과 33%의 라디오에 비하여 높은 수치이며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이렇듯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의 약진은 더욱 놀라운 상황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뉴스를 얻는 수용자는20 12년에는 19%에 이르렀는데, 특히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연령층에서는 34% 정도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뉴스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림3]. 나이가 어릴수록 소셜 네트워크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자료를 종합해 본다면 뉴스의 미래는 소셜 네트워크에 달려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더욱 많은 미국 사람들이 디지털 미디어로 뉴스를 읽고 있다. 2013년 현재 미국 성인의 34%가 태블릿을 소유하고 있고 (Zichuhr, 2013), 56%의 성인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Smith, 2013). 모바일 미디어의 성장에 힘입어 미국 뉴스의 독자층이 급속하게 모바일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기기와 소셜 네트워크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은 뉴스 생태계의 변화에 맞춰서 함께 적응하거나, 도태될 운명에 놓여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기업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미국의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모바일로 이동한 독자층과 만나려면 소셜네트워크나 검색엔진이 도입하는 플랫폼이나 신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디어 기업이 독자적으로 독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디어는 뉴스의 소비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뉴스의 생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13년 7월 6일에 발생했던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것은 신문이나 방송이 아닌 트위터였다. 신문사나 방송국은 이제 특종을 놓고 소셜 미디어와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미국의 언론 기업들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은 선택상황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뉴스 독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고, 홍보도 많은 부분을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다. 전통적 미디어가 소셜 미디어와 경쟁과 협력이라는 복합적 관계를 맺으며 공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도 잘 대응하여 성공하는 기업들이 나오는가 하면, 적응에 실패해서 망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 중에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정리하고 분석해본다면, 비슷한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한국 미디어 산업이 발전방향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프린트 미디어, 케이블 텔레비전 등을 중심으로 실패한 미디어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그 문제점을 파악해보고 그 사례들에 드러난 패턴을 찾아보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계속...)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http://www.kpf.or.kr/journal/mdata_result_view.jsp?ctg=%C7%D8%BF%DC%B9%CC%B5%F0%BE%EE%B5%BF%C7%E2&bd_seq=7482&pg=1&url=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