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미디어 동향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미디어 기업의 생존전략
2. 실패한 미디어 기업의 사례들
1 ) 앞선 도전, 앞선 실패. 그 다음은?
: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기업으로 높은 명성을 누려왔던 워싱턴 포스트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고, 급기야 2013년 8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 의해 인수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이었던 워싱턴포스트가 재정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창업자에게 인수된 사건은 많은 미국인들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의 많은 이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다. 우선 워싱턴 포스트가 겪어온 어려움은 구독부수의 변화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2002년 77만 부에 달했던 일간 구독부수는 2012년에 이르러 약 47만 부로,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문사의 수익도 2002년에는 1억 900만 불 흑자에서 2012년에는 537만 불 적자로 급감하였다(Launder, Stewart & Lublin, 2013).
워싱턴 포스트 같은 136년의 역사와 명성을 지닌 신문사가 어떻게 해서 10년 사이에 이런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되었을까. 워싱턴 포스트의 위기는 전체 신문산업이 겪고 있는 디지털 기술혁명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워싱턴 포스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신문사들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1877년에 창간한 워싱턴 포스트는 신문사에 머무르지 않고, 텔레비전 방송국, 뉴스위크 매거진(이 회사는 2010년에 재정적자를 이유로 억만장자 시드니 하만에게 팔린다), 케이블 방송사, 카플란(Kaplan) 교육사업부까지 사업확장을 계속했다. 1990년대에서 21세기로 넘어오던 기간 동안 워싱턴 포스트는 수익이나 구독률도 다른 신문사에 비하여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Farhi, 2013). 하지만 그 이후에 찾아온 2008년 경제위기와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광고수주와 구독률이 급락했고, 지금의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상태로 악화되었다. 지금은 이러한 디지털 혁신이 가져온 변화에 피해를 받고 있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다른 신문사에 비하면 디지털 실험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회사였다.
CEO 도널드 그레이엄(Donald Graham)은 워포랩스(WaPo Labs)라는 디지털 혁신개발부서를 독립적으로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주도해왔다.
2010년에 대표적인 실험으로 ‘소셜 리더(Social Reader)’를 통해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페이스북에서 읽을 수 있게 했다[그림4]. 업계 최초로 소셜 미디어와 결합된 서비스를 선보였고, 가디언을 비롯한 다른 신문사들도 합류하여 새로운 뉴스소비 채널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소셜 리더로 읽은 모든 글이 웹 피드에 뜨면서 지나친 공유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런 불평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소셜 리더를 표시하는 방식을 대폭으로 축소하였다. 그 후에 워싱턴 포스트의 소셜 리더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소셜 미디어와 협력을 추구하여 보다 젊은 독자를 향해 가까이 다가간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결정이었으나, 페이스북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구조는 워싱턴 포스트의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단점이 되었다. 더욱이 페이스북이 갑자기 피드 디자인을 변경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워싱턴 포스트 소셜 리더의 독자수는 급감하였다[그림5].
워싱턴 포스트는 1995년에도 ‘디지털 잉크(Digital Ink)’라는 유료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여 디지털 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경험도 있었다(Jenkins, 1996). 하지만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료 웹 신문 서비스가 나오면서, 기술적으로 더 불편하고 유료화에 거부감을 느낀 독자들이 이탈하면서 디지털 잉크 서비스 역시 자취를 감추게되었다.
디지털 실험에 가장 먼저 나섰던 워싱턴 포스트의 실패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기술적 혁신과 발전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실험을 바탕으로 성공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술적 실험이 실패했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왜냐하면 디지털 미디어의 환경변화는 아직까지 진행 중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실험조차 해보지도 못하고 과거의 전통적 미디어 모델만 답습하다가 사라진 기업과 비교하면, 워싱턴 포스트의 디지털 혁신은 오히려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 협력이 부른 패착 : 록키 마운틴 뉴스(The Rocky Mountain News)와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The Seattle Post-Intelligencer)
국제적인 명성과 전국지적 성격을 가지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와는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진 지역신문 록키 마운틴 뉴스와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의 경우를 살펴보자. 두 신문사의 사례는 비슷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일어난 실패의 경우로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같이 다루는 것이 의미가 있다. 콜로라도 주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인 록키 마운틴 뉴스는 1859년에 창간되어 덴버 지역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언론이다. 이 신문사는 같은 덴버 지역의 덴버 포스트(The Denver Post)와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발전해 오다가 2008년 미국 경기악화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아서 2009년 2월 27일 마지막판을 인쇄하고 문을 닫았다[그림6].
시애틀 포스트 인델리젠서는 1863년에 창간되어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와 더불어 시애틀 지역의 유력한 일간지로 성장해오다가 수익 구조가 악화되어 2009년 3월 18일에 온라인 전용 신문으로 전환하였다. 이 두 신문사의 사례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두 개 이상의 일간지가 공생하는 곳이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1910년에는 미국 도시 중 58%가 두 개 이상의 일간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1971년에는 그 비율이 2%대로 낮아졌고, 2001년에는 49개의 도시만 남았다(Chen & Shughart, 2003). 현재는 뉴욕, LA, 시카고 같은 초대형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이미 하나의 일간지만 살아남아 사실상 독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록키 마운틴 뉴스는 2008년의 경제침체에 직격타를 맞기는 했지만, 그 위기는 훨씬 전에 시작되었다. 신문의 중요한 재원을 담당하고 있는 광고 매출이 인터넷 매체의 등장 이후에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구독률도 계속해서 낮아져서 록키 마운틴 뉴스의 위기는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였다. 이 문제는 록키 마운틴 뉴스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 신문사는 다른 신문사에 비해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해서 상황이 더욱 악화가 된 사례다. 누적되어 온 부채가 늘어나면서 결국 망하기 1년 전인 2008년에는 손실액이 1,600만 달러에 달했다. 물론 록키 마운틴 뉴스가 전혀 대응을 못하고 당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에 경쟁사인 덴버 포스트와 공동 운영 계약(Joint Operating Agreement)을 맺어서 편집을 제외한 광고운영, 인쇄, 배달 등을 공동으로 관리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 계약을 맺은 후 덴버지역의 유사 독점상태가 된 두 신문사는 얼마 후 구독료를 일제히 올렸고, 그 결과 록키 마운틴 뉴스의 구독률이 17.9%나 떨어졌고, 덴버 타임스의 구독률 역시 11.9%나떨어졌다(Chen & Shughart, 2003). 뉴스의 내용이나 질이 높아진 것도 아니었고, 구독료만 인상하자 불만을 가진 구독자들이 대량으로 이탈하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운영은 공동으로 하면서 뉴스의 내용만 가지고 경쟁하자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덴버의 두 신문사의 기사 내용에 별다른 차이를 찾을 수 없었고, 이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를 노렸으나, 오히려 동반 추락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비록 록키 마운틴 뉴스의 구독자 연령이 조금 더 높고 상대적으로 약간 보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으나 덴버 포스트도 아주 다른 성향의 신문사 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두 신문 구독자의 프로필은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재정 상황이 악화된 록키 마운틴 뉴스를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보려고도 했지만, 덴버 포스트와 맺은 공동 계약 조건이 족쇄로 작용하여 회생의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도 록키 마운틴 뉴스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지만 약간 다른 선택을 했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는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Times)와 함께 경쟁하면서 지역 언론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는 1983년에 록키 마운틴 뉴스가 덴버 포스트와 맺은 공동 운영 계약과 비슷한 형태의 전략을 취했다. 이 공동 운영 계약은 광고, 제작, 마케팅, 구독만이 아니라 기사의 편집도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일요판 신문을 함께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도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의 손실을 역전시키지는 못했고, 2008년 1,400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의 모기업인 허스트(Hearst)는 신문사의 문을 닫는 대신에 온라인 미디어로 전환하여 디지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비록 19만 9,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시애틀 타임스보다 낮은 11만 8,000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였지만, 웹사이트의 월간 방문자는 180만명으로 경쟁 신문사보다 많았다. 이러한 가능성에서 희망을 찾으며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를 온라인 전용 신문으로 전환하였다. 당시 허스트의 신문부문 사장 스티븐 스와츠는 “우리는 혁신과 실험의 시기에 있다고 분명히 믿고 있으며, 새로운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 웹이 바로 이러한 정신을 반영한다”라고 밝혔다(Yardley & Perez-Pena, 2009).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의 새로운 모델은 기존의 뉴스 제작 인력은 줄이고 온라인 광고와 디지털 운영에 치중하는 것이다. 새로운 전략 방향은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칼럼이나 블로그 글에 집중하고 다른 뉴스 사이트에 링크를 거는 방식으로 신문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The Christian Science Monitor)와 켄터키 포스트(TheKentucky Post)의 경우와 비슷하게 온라인 미디어 전용으로 방향을 잡은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의 실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다[그림7].
(계속...)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저널리즘 따라잡기 > 연구/논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패에서 배우는 미디어 기업의 생존전략(3.미디어 기업의 실패 유형) (0) | 2013.11.26 |
---|---|
실패에서 배우는 미디어 기업의 생존전략(2.실패한 미디어 기업의 사례들) (0) | 2013.11.25 |
실패에서 배우는 미디어 기업의 생존전략(1. 서론) (0) | 2013.11.01 |
문화 저널리즘의 반성과 모색] 인터넷 시대의 저널리즘 균형과 깊이로 경쟁해야 (0) | 2013.10.29 |
3. 디지털 혁신과 저널리즘 원칙의 공존 : 주요 발표 사례들(2) (0) | 2013.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