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널리즘 따라잡기/연구/논문

U.S.A - 아마존에 팔린 워싱턴 포스트 다음은 뉴욕 타임스?

(이  글은 언론 도서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미디어 월드 와이드] U.S.A - 아마존에 팔린 워싱턴 포스트 다음은 뉴욕 타임스?



7월 8일 아침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WP) 회장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메일 한통을 받았다.

 

‘WP 인수에 관심이 있다’라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그레이엄은 크게 놀랐다. 


3~4월 WP 매각을 위해 접촉한 여러 투자 후보자 가운데 베조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당시 별다른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레이엄 회장은 베조스가 아마존 경영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WP 인수에는 관심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사람은 다음날인 9일 아이다호 주에서 투자자문회사 앨렌앤드코스(Allen & Co's)가 주최한 ‘연례 미디어 콘퍼런스’에 함께 참가했으며 인근 선밸리로지의 테이블에 마주앉아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그레이엄 회장은 “회사 경영이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사겠느냐”라고 겁을 줬다. 


하지만 12일 베조스는 다시 한 번 ‘여전히 관심이 있다’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 다음날(13일) 두 사람은 두 번째로 만나 두 시간 넘게 WP 인수를 논의했다. 베조스는 2억 5,000만 달러(약 2,789억 원)를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베조스의 WP 인수 협상은 급물살을 탔으며 8월 5일 전 세계 미디어계를 발칵 뒤집는 발표를 했다.




이미지출처 - http://www.politico.com


미 신문 양대 산맥 이루는 WP 매각 소식, 전 세계 발칵


136년 역사를 지니고 뉴욕 타임스(NYT)와 함께 미 신문업계 양대 산맥을 형성해온 WP가 매각되는 순간이었다. 


매각에는 WP 종이 신문과 웹사이트, 인쇄시설 등이 포함됐지만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 본사 건물 등은 제외됐다.

 

베조스와 WP 측은 “이번 인수는 베조스 개인 자격에서 이뤄진 것으로 아마존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언론들은 ‘디지털이 인쇄매체를 품었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물론 한국 미디어업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WP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 현실화된 과정을 8월 7일자에 생생하게 전했다. 


지난해 말 워싱턴 봄베이클럽에서 점심을 하면서 그레이엄 회장의 조카딸인 캐서린 웨이머스 발행인은 우울한 얘기를 꺼냈다. 


그녀는 “올해 4,000만 달러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7년 연속 매출액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년간 디지털전략에 돈을 투자했지만 건실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웨이머스 발행인은 “손실의 늪에서 계속 허덕이든지, 직원을 해고해 몸집을 줄이든지, 매각하든지 3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라고 그레이엄 회장에게 요구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WP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웨이머스 발행인의 입에서 ‘매각’ 얘기가 나온 것에 상당히 놀랐다. 


웨이머스 발행인은 2008년 WP의 독자들이 본격적으로 떨어져 나가던 시기에 발행인으로 취임했다. 


키가 크고 직설적인 언사를 구사하는 그녀는 떨어지는 매출에 비용을 맞추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최근 몇 년간 현금흐름을 개선시켜왔다.


또 직원들을 불러 모아 수시로 ‘희망을 던져주기 위한 공격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실제 웨이머스 발행인은 500만 달러(약 55억 원)를 투자해 비디오벤처기업인 ‘포스트TV’를 인수하고 WP의 온라인 유료전략을 위해 250만 달러(약 28억 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그녀는 이미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WP 고위층과 가진 전략회의에서 그는 공개적으로 “WP의 저널리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며 그중 하나는 매각”이라고 밝혔음이 뒤늦게 WP 보도로 알려졌다.

 

웨이머스 발행인의 WP 회생 의지를 꺾은 결정적인 원인은 온라인 콘텐츠를 돈을 내고 보도록 한 정책에 대해 독자들이 큰 호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지속된 회생 노력에도 7년 연속 적자


WP의 경영상황을 보더라도 매각은 불가피했다. 


WP는 판매부수 감소와 광고수입 부진으로 최근 7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올 2분기(3~6월) 매출 10억 달러, 순이익 4,47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신문사업에서 1,48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신문 발행부수는 7%가 줄어 8월 현재 하루 평균 43만 부 수준이다.

 

주가는 2004년 대비 43%나 급락했다. 한때 1,000명을 넘었던 편집국 인원은 630명으로 줄었다. 


뉴욕 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일찌감치 뛰어든 온라인신문 사업에서 WP는 25위권으로 크게 뒤지고 있다.


결국 올해 초부터 WP는 인수 후보자를 찾아 나섰다. 


자문회사로 ‘앨렌앤드코스’를 선정하고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업체 등을 찾아가 매입의사를 타진했다. 


그중 강력한 의사를 밝힌 곳이 아마존의 창업자 베조스였다. 


베조스가 WP에 관심을 드러낸 것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그레이엄 회장과 오랜 친구이다. 


여기에 웨이머스 발행인은 “베조스는 WP에 대해 마치 자식 같은 애정을 갖고 있다”라고 적극 접촉해볼 것을 권유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인터넷업계 1세대 리더다.

 

블룸버그가 8월 집계한 지난해 세계 부자 16위(순자산 279억 달러, 약 31조 1,000억 원)에 오른 정보기술(IT) 업계의 큰손이기도 하다.

 

미국 명문대인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 월가에서 ‘뉴욕시티 헤지펀드’라는 금융회사를 다녔던 그는 자신의 집 차고에서 1994년 아마존닷컴을 창업했다.

 

그 후 아마존닷컴을 온라인 쇼핑의 선두주자로 키우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누구보다 신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았다.

 

외신들은 “베조스가 워낙 다양한 ‘IT업계의 괴짜’여서 이번 WP 매수가 놀랄 일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베조스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신문업계 현황과 미래에 대해 심층 연구를 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WP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가 WP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로 추론해 보면 그는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고 WP의 온라인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베조스는 “인수 후에도 워싱턴 포스트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고 인력감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워싱턴 포스트 매각 후 모회사인 워싱턴 포스트컴퍼니는 사명을 변경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IT전문가들은 베조스가 이번 인수를 통해 아마존의 전자책 사업인 ‘킨들’과 연계해 신문을 킨들로 보도록 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신문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인터넷 기업인이 올드미디어 유력 일간지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은 “디지털 기업에 의한 최초의 신문 인수”라고 전했다.


1877년 창간된 WP는 평범한 지역 신문이었으나 1963년 ‘여걸’(女傑)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이 취임하면서 최고의 신문으로 성장했다. 


1971년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과정을 폭로한 펜타곤 페이퍼,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기자가 1년 넘게 파고든 워터게이트 사건은 심층보도의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WP는 언론계 최고 영예인 퓰리처상 47회 수상에 빛나며 특히 2008년 7개의 퓰리처상을 휩쓴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보스턴글로브에서 마틴 배런 편집장을 영입한 뒤에는 국가안보국(NSA) 기밀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했다.



“다음은 NYT?” 소문에 발행인 “절대 아니다”


미국 유력지 WP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인수되자 WP와 쌍벽을 이루는 ‘퀄리티 페이퍼’ NYT가 다음번 매각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WP는 8월 7일 “WP는 이미 팔렸다. 다음 순서는 NYT?”라는 기사에서 “실적 부진과 노조협상 잡음 등 NYT의 내부 갈등으로 볼 때 신문 시장에서 다음 매물로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NYT 발행인을 겸임하는 아서 설즈버거 뉴욕 타임스컴퍼니 회장은 이날 비공개 가족회의를 가진 뒤 “우리는 매각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업계에서는 NYT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나 베조스 같은 정보기술(IT) 부호에게 팔릴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WP가 매각되던 전날에는 NYT를 보유한 뉴욕 타임스컴퍼니가 자회사인 141년 전통의 보스턴글로브를 미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 존 헨리에게 팔겠다는 발표를 하여 충격파가 더했다.


NYT는 온라인 신규 사업을 위해 2005년 4억 1,000만 달러에 사들였던 어바웃닷컴을 지난해 9월 손해를 보고 3억 달러에 팔아 치웠다. 


올 1월에는 지역 미디어그룹까지 매각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 되는 자산은 NYT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전부다. 시장에서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으로 WP 매각 일주일 뒤인 8월 14일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NYT 회장이 보유한 22만 3,675주 가운데 22.35%인 5만 주를 주당 12달러에 처분했다. 


시장에서는 설즈버거 회장이 NYT 매각을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에일린 머피 NYT 대변인은 “주식 매각은 통상적인 자산운용의 일환이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WP가 매각된 이후 가족이 경영하는 주요 신문사는 NYT가 유일하다. 


실제 NYT는 WP보다 재무구조가 더 취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WP가 교육 교재 생산, 지역방송국 운영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해 신문 부문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인 반면 NYT는 사업 다각화 정도가 미진하다.


미국 미디어업계는 이미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쓸리고 있다. 


신문업계의 경우 단순히 온라인 사업 강화와 같은 사업 조정을 넘어 지각 변동 수준이다. 


미 3대 신문으로 불리는 NYT, WP, LA타임스 가운데 WP의 매각이 결정되었고, LA타임스도 일찌감치 매물로 나온 상태다. 


8월 4일 ‘뉴스위크’의 재매각 소식도 전해졌다.

 

뉴스위크는 2010년 8월 5,000만 달러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음향업계 거물인 억만장자 시드니 하먼(2011년 사망)에게 넘어갔으나 3년 만에 온라인 매체인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에 다시 팔렸다.


미국 신문업계의 위기는 한두 해에 걸친 얘기가 아니지만 주요 매출원인 광고와 판매 수익의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이마케터는 최근 2009년 248억 달러였던 신문 광고 매출이 2015년 198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종이 신문 발행 중단과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등으로 대응하는 신문·잡지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종이 신문 발행 중단, 예산 감축… 신문은 구조조정 중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 등이 종이 신문 발행을 아예 중단했고 뉴올리언스 등 몇몇 도시의 지역 신문은 신문 발행을 주당 3회로 줄이는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유력지 가운데 하나인 가디언도 지난해 10월 종이 신문의 유지비용이 너무 버겁다며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았다.


미 신문업계의 구조조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가 올 1월 졸업한 트리뷴그룹이 자회사인 LA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볼티모어선 등 8개 신문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올 6월 신문·출판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회사를 분리한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WSJ 등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 로버트 톰슨 사장은 “신문사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최근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를 뉴스코퍼레이션이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박현진 / 동아일보 뉴욕특파원


출처 - 언론 도서관: http://kpfbooks.tistory.com/trackback/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