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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따라잡기/연구/논문

유료화 :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미디어동향 2013-4 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


유료화 :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번 방콕 회의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된 이 세션의 기조발표를 맡은 세계신문협회 출판·신문 사무국장 스티그 노르드크비스트(Stig Nordqvist) 박사는 유료화에 대해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서두를 열었다. 유료화를 놓고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라 유료화를 시행하는 것이 각사의 당면 현안임을 적시한 것이다.

   그는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전술의 핵심 과제는 ‘독자들을 충성도 높은 구매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신문사 전체의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최고위층의 경영 활동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현재의 콘텐츠를 바꾸어 나가는 편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머지는 그 이후다. 콘텐츠 유료화 전략은 소비자를 위해서 편집국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문사의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1 ) 매체 규모에 따른 유료 콘텐츠 전략 – 노르웨이 사례


   노르웨이미디어비즈니스협회(MBL) 디지털 디렉터인 예이르 엥엔(Geir Engen)은 ‘유료화 글로벌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미디어그룹의 규모(소·중·대)별로 가장 적합한 유료화 모델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다뤘다. 독자 구독료 의존도가 높은 노르웨이 같은 작은 시장 안에서, 언론사의 비즈니스모델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갔는지를 사례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왜 미디어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기를 꺼리는 것일까. 둘째, 디지털 플랫폼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돈을 지불하고 구독하게 유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셋째, 독자들이 돈을 내게 만드는 ‘비밀 코드’는 무엇일까. 노르웨이는 신문 구독(소비)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다. 평상시 일주일 기준으로, 국민의 81%가 신문을 읽고, 49%가 온라인으로 뉴스를 읽는다. 또 62%는 1개 이상의 신문을 구독중이다[그림4].


   



또 젊은 층의 절반 정도는 ‘디지털 신문’을 선호한다. 엥엔은 사례 연구를 통해 발견한 유료화 전략의 8가지 핵심 내용을 소개했다.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장벽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유료 독자들이 편리하게 콘텐츠에 접근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유료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과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 콘텐츠의 가용성을 높여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로든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노르웨이 유료 독자의 3분의 1 이상은 한 가지 이상의 기기로 뉴스를 접한다. 노르웨이의 발행부수 2위 신문인 베르덴스 강(Verdens Gang, VG)은 2012년부터 아이패드 버전의 신문을 발행해 유료화했다. 종이신문 외에 온라인 웹사이트, 모바일, 아이패드로 뉴스를 선보인 것이다. 노르웨이의 종이신문 부수는 줄어드는 가운데 2013년 1월 VG는 열독률 1위를 기록했다.


▲ 혁신적인 ‘번들링’도 필요하다. 독자들 입장에서 혁신적인 콘텐츠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다.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음원 등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묶어주는 것이다. 북유럽 대형 방송사업자인 커낼 디지털(Canal Digital)은 뉴스 구독과 함께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 일회성 방문자부터 열성 팬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의 충성도 레벨에 맞춰서 한번 방문한 독자가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정 건수 이상 기사를 보려면 돈을 내는 방식, 일정 금액을 내면 사용권을 주는 정액제 방식 등 유료화 모델은 다양하다.


▲ 과금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뉴스 관련 상품도 다양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 유료 정기구독자를 적극 우대해야 한다. 유료 구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강력한 혜택을 줘야 한다. 유료 독자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돈의 가치를 늘 생각한다고 봐야 하기때문에 무료 독자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 유료 독자를 유지하는 것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 디지털 플랫폼에 더 많은 콘텐츠를 담거나 독점 콘텐츠를 늘려서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것이 콘텐츠 구매자를 늘리는 길이다.


▲ 단발 유료 구입자 외에도 정기 구독자나 타깃 독자를 향한 특종 기사도 많아야 한다.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2 ) 유료화와 저널리즘 강화 – 글로브 앤드 메일(캐나다)


   글로브 앤드 메일의 편집국장 존 스택하우스(John Stackhouse)는 “좋은 저널리즘이 있다면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 조사를 하면 할수록,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훌륭한(great)’ 콘텐츠에 대해서는 기꺼이 요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브 앤드 메일은 1844년에 창간한 캐나다의 대표적인 전국 일간지로서 본사는 토론토에 있다. 웹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이다. 이 신문은 2012년10월 ‘The Globe Unlimited’라는 이름으로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하지는 않았다. 유료 콘텐츠로는 이 신문사의 역량을 모은 핵심 킬러 콘텐츠를 제공했다. 무료 콘텐츠는 광고와 연동된 날씨, 운세 같은 틈새 콘텐츠였다.

   유료로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는 종이신문의 주요 영역인 경제와 정치 분야의 뉴스와 국제 뉴스가 주종을 이룬다. ‘ROB(Report On Business) 인사이트’와 ‘폴리틱스(Politics) 인사이더’ 같은 이름을 붙인 심층 해설·분석 기사들이다. 스택하우스 국장은 “유료화의 성과와 보완점을 논의하기 위해 회사 구성원들이 정기적으로 미팅을 열었다”면서 “그 결과, 핵심 독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우리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단계별로 보여주는 배치도(content grid)를 창안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배치도에 따르면 


△ 계량형 유료화가 적용되지만 보관되지는 않는(noarchive) ‘서비스 콘텐츠’ △ 계량형 유료화가 적용되고 보관되는 ‘핵심(core) 콘텐츠’ △ 계량형 유료화가 적용될 ‘틈새 콘텐츠’ △ 유료로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로 구분된다[그림5]. 




   스택하우스는 이와 함께 “뉴스룸도 이처럼 프로그램화된 수요에 맞추는 식으로 조직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결과 초기 30일간 99센트를 내고 시범 서비스를 이용했던 독자의 90%가 넘는 9만 명 이상이 한 달에 19.99달러를 내는 정규 유료 구독자로 전환했다. 100일이 지난 후 수익은 당초 예상의 25%를 초과달성했다. 스택하우스는 글로브 앤드 메일의 유료화 모델 안착 과정에서 얻은 교훈8가 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 좋은 저널리즘이 독자를 불러들인다.

▲ (프리미엄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기자들의 활동도 왕성해진다.

▲ 더 많은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퀼리티 저널리즘’이 활발한 독자 참여를 이끌기 때문이다. 정기 구독자는 비구독자에 비해 10배 더 많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방문 때마다 179% 많은 시간을 체류한다. 또 179% 많은 양의 콘텐츠를 살펴보기도 한다.

▲ 뉴스룸(편집국)을 타 부서에 개방하라. 글로브 앤드 메일 편집국에는 지금 ‘사이트 최적화 담당 에디터’와 ‘독자 담당 에디터’가 일하고 있다. 또 시장조사, 디지털 개발, 광고 판매부서도 뉴스룸 안에 함께 있으며 교류할 수 있다.

▲ 독자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브 앤드 메일은 유료화 모델 적용 이후 주간 40%의 트래픽 감소를 맞아 이를 보충하느라 애쓰고 있다. 유료 구독자뿐 아니라 무료 독자들을 유입하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유료 콘텐츠와 함께 비디오나 소셜미디어 같은 무료 콘텐츠도 적극 홍보하라.

▲ 유료 구독자들에게 보상을 해주라. e북을 선물하거나 그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마련하라. 특별 대담이나 포럼에 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일례다.

▲ 뉴스를 적극 활용하라. 그보다 파워풀한 건 없다. 


스택하우스는 결론으로 말했다. “위대한 저널리즘은 유료화를 주도하고, 유료화는 더 나은 저널리즘을 이끌어낼 수 있다.


3 ) 계량형 구독과 멀티 플랫폼 모델 – 파이낸셜 타임스(영국)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B2B 담당 매니징 디렉터인 카스파 드 보노(Caspar deBono)는 “보이지 않는 독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적 없는 기술은 돈낭비”라고 했다. 콘텐츠 생산에 기술을 적용할 때, 독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가 하는 목적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012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디지털 가입자는 33만 명인데, 이는 종이신문 구독자를 추월한 수치다. 뉴스를 보기 위해 이용하는 매체도 디지털이 종이신문을 앞섰고, 신문 뉴스룸에 종사하는 인원도 급감하고 있다. 신문 산업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그는 2000년대 이후 신문 광고 매출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고약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유료화를 말한 것이다. 정보를 놓고 한쪽에서는 “가치가 높으므로 비싸야 한다. 적재적소의 정확한 정보는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정보를 취득하는 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공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그림6].





   콘텐츠 유료화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 수요에 기반을 둔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과 수요가 제일 중요하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만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와 같은 수요는 이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맞춘 유료화 전략을 세우면 비즈니스 성공에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기사를 볼 수 있게 했고, 기사를 보는 방식에 따라서 과금을 달리하는 전략도 세웠다. 아울러 B2B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기사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독자들에게는 문제 발생 소지가 있음을 인식시키고, 정당한 유료 사용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콘텐츠를 기사·칼럼·멀티미디어 형식으로 반복해서 제공해야 한다.

   발행자의 시각에만 너무 매이면 독자들의 의견이 콘텐츠에 반영될 수가 없다. 뉴스 콘텐츠에도 ‘재미’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유료 가입자에게는 각종 이벤트 참여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카스파 드 보노는 “유료화 성공에 어느 정도 기간이 걸렸느냐”는 청중석 질문에 “유료화를 통해 수익 을 내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현재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미디어동향 2013-4 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

 http://www.kpf.or.kr/journal/mdata_result_view.jsp?ctg=%C7%D8%BF%DC%B9%CC%B5%F0%BE%EE%B5%BF%C7%E2&bd_seq=7466&pg=1&url=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