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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따라잡기/연구/논문

U.K -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서광? 로이터연구소 보고서 ‘눈길’

[미디어 월드 와이드] U.K -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서광? 로이터연구소 보고서 ‘눈길’






과연 사람들은 돈을 내고 온라인 기사를 읽을 것인가. 


지갑을 연다면 어떤 기사에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할 것인가. 


독자는 개별 기사마다 돈을 낼 것인가, 종이시대처럼 특정 기간 구독료를 내고 해당 미디어의 기사를 소비할 것인가. 


또 미디어의 주요 수익원은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광고일까 구독료일까. 


무엇보다 아날로그 시대에 탄생한 미디어 회사는 21세기에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디지털 시대 개막과 함께 이어져온 해묵은 질문들이다.



9개국 1만여 명의 디지털 뉴스 이용 행태 조사


아직 안갯속을 거니는 중이라지만 기존 미디어 종사자에게 디지털 시대는 낙관보다 비관에 가깝다. 인터넷 시대 공짜 뉴스에 익숙해진 독자를 유혹할 만한 마땅한 장치는 없고 수익모델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아날로그 미디어 이용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디어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종이 신문의 연이은 파산 소식은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기 충분하다. 정녕 아날로그 미디어들의 디지털 시대 연착륙은 미망에 불과한 것인가.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로이터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3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13)는 아날로그 미디어에 옅은 희망의 빛을 비춘다. 아날로그 미디어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사와 함께 디지털 시대 뉴스 소비 패턴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덴마크·미국·브라질(도시 거주자)·일본 등 세계 주요 9개국의 1만 1,004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이용 행태를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디어 산업 관계자라면 눈이 번쩍 뜨일 내용은 디지털 뉴스 유료 이용자의 증가다.  영국의 경우 응답자의 9%가 지난 1년간 디지털 뉴스를 돈을 내고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선 단 4%만이 디지털 뉴스를 유료로 이용해 봤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공짜 이용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1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유료 이용자가 늘었으니 뉴스 산업 종사자에게 희망의 신호탄이 될 만하다. 


다른 국가의 조사 결과도 꽤 고무적이다. 프랑스는 8%에서 13%, 독일은 6%에서 10%, 미국은 9%에서 12%로 유료 이용 경험자가 늘었다. 덴마크의 경우 12%에서 10%로 줄었지만 조사 대상이 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료 이용자가 급증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유료 독자 증가에 반색


유료 이용의 행태는 국가마다 각각 다른 추이를 보였는데 영국과 미국, 덴마크를 제외한 6개국에선 ‘1회 결제’(One-Off Payment)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1회 결제’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보유자가 이용하고자 하는 미디어의 애플리케이션을 유료로 결제해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뉴스를 이용하거나 웹사이트에서 일시불로 이용액을 지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영국과 미국 덴마크에서만 ‘구독’(Subscription)이 ‘1회 결제’를 따돌리고 가장 많이 사용된 유료 이용 패턴으로 조사됐다. ‘1회 결제’보다 ‘구독’이 미디어에 좀 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뉴스 유료 이용 증가에 따른 수익 증가를 낙관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로이터연구소는 디지털 뉴스 유료 이용자 증가 원인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산에서 찾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유자가 늘면서 뉴스 이용이 증가했고 유료 이용자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뉴스 유료 이용 문화가 상대적으로 잘 조성된 미국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유자들은 기기를 지니지 않은 조사대상자보다 돈을 내고 뉴스를 소비한 비율이 두 배 가량 되었다.





이들 조사 대상 국가 이용자는 디지털 기기를 많이 보유할수록 뉴스 접속 횟수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62%가 하루 세 차례 이상 뉴스 이용을 위해 인터넷 접속을 한 것에 비해 스마트폰 보유자는 73%, 태블릿PC 보유자는 75%가 세 차례 이상 디지털 뉴스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동시에 보유한 사람의 86%,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기존 PC를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의 88%가 하루 세 차례 이상 디지털 뉴스를 이용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불러일으킨 ‘스마트 혁명’이 디지털 뉴스 시장에도 큰 변수가 됐음을 보여주는 조사 내용이다. 


무선 인터넷 이용 여건이 좀 더 좋아지면 디지털 뉴스 이용횟수와 유료 이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음을 예감케 하는 조사이기도 하다. 태블릿PC 보유자의 81%가 TV방송 뉴스를, 49%가 신문 뉴스를, 43%가 라디오방송 뉴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 수치도 흥미롭다. 노트북보다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스마트폰보다 넓은 화면을 제공하는 태블릿PC가 TV방송 뉴스의 이용 증가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유자의 77%가 TV방송 뉴스를, 47%가 신문 뉴스를, 41%가 라디오방송 뉴스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된 내용과 비교할 만하다.



올드 미디어의 브랜드 파워는 ‘흔들’


디지털 뉴스 유료 이용의 증가라는 희망적 조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미디어 관계자들이 긴장해야 할 내용도 로이터연구서 보고서에 담겨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의 브랜드 파워가 디지털 뉴스 이용에서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조사 대상자의 80%(방송 45%, 신문 35%)가 기존 미디어의 온라인 뉴스를 소비한 경험이 있는 반면 독일에선 단 45%(20%, 25%)만이 기존 미디어의 온라인 뉴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도 신문사가 제공하는 디지털 뉴스 이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불과 26%(방송은 38%)를 기록한 것에 비해 66%가 신규 온라인 미디어의 뉴스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신문 구독자가 많고 아날로그 미디어의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다. 독일과 일본의 조사대상자들이 신문과 방송으로 볼 수 있는 기사를 굳이 온라인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으려는 정서가 조사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의 기존 미디어들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디지털 뉴스 공급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고 있고, 수용자들은 좀 더 새로운 뉴스를 다른 곳에서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을 이들 수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디지털 뉴스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독일과 일본의 기존 미디어들이 갑자기 위기에 빠져들 수 있음을 암시하는 조사이기도 하다. 미국은 조사대상자의 35%가 방송 뉴스를, 31%가 신문 뉴스를 온라인에서 이용했다고 답했고 41%가 신규 온라인 미디어에서, 32%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뉴스를 봤다고 응답했다. 


기존 미디어들과 신규 온라인 미디어 등이 디지털 뉴스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과 일본 미국의 조사 내용은 올드 미디어의 브랜드 파워가 아날로그 미디어의 디지털 시대 연착륙을 보장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기존 미디어의 브랜드 파워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지만 뉴스 소비의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신뢰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자신이 알고 있거나 신뢰하는 웹사이트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77%였다. 프랑스 조사대상자의 76%, 미국은 82%, 일본은 71%가 자신이 알고 있거나 신뢰하는 웹사이트의 뉴스를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수용자의 충성도가 높은 기존 미디어가 수용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양질의 뉴스를 유료로 공급할 수 있다면 디지털 시대 뉴스 시장에서도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 아직 갈 길 멀어


로이터연구소의 보고서가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서광을 비춰준 모양새라 하지만 미디어들이 걸어야 할 길은 아직도 험난하고 멀어 보인다. ‘디지털 시대 뉴스는 공짜’라는 수용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미디어가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오래전부터 출판문화가 꽃을 피우고 BBC라는 신뢰받는 방송사를 보유한 국가인 영국을 봐도 뉴스 유료화의 길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평일 퇴근 무렵 런던 지하철에선 일간지 ‘런던이브닝스탠더드’를 읽고 있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18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이브닝스탠더드는 2009년 무가지로 전환하면서 발행부수를 두 배로 늘렸다. 

 

여느 무가지가 그러하듯 주된 수익원을 광고에 의지하고 있는 이 신문의 전성기는 시한부다. 무선인터넷은커녕 휴대폰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런던 지하철의 열악한 정보통신 환경을 감안했을 때 무료일간지의 강세는 당연해 보인다. 지하철의 정보통신 환경이 개선되고 스마트폰 등을 통한 디지털 뉴스 이용이 가능해지면 런던이브닝스탠더드도 한국의 무가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할 듯하다. 결국 디지털 뉴스 시대를 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운영하는 뉴스 웹사이트 ‘메일온라인’은 무료 이용을 무기로 ‘가디언’을 제치고 2009년 이후 영국에서 가장 많은 방문횟수를 기록했다. 무가지처럼 광고에 의지하려 했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미디어업계에선 대형 미디어 회사의 경우 수천만 명의 디지털 독자를 확보해야 광고에 의존한 무료 뉴스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영국의 기존 미디어들은 다양한 유료화 방법으로 수용자를 유혹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모범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뉴스의 전면 유료화를 도입한 전통의 ‘더타임스’는 웹사이트 방문횟수가 90%나 줄어드는 난관에 처하기도 했다. 일부 기사만 무료로 열람 가능하고 주요 뉴스는 유료로 볼 수 있는 ‘프리미엄’(Freemium) 서비스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뉴욕타임스’가 활용하고 있는 ‘미터드’(Metered, 한 달 동안 뉴스를 무료로 이용한 뒤 유료로 전환) 서비스도 아직은 마땅한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시선을 한국으로 돌리면 뉴스 유료화는 더욱 언감생심으로 보인다. 네이버라는 공룡이 디지털 뉴스 소비 통로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언론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영국 등 주요 국가보다 더욱 치열한 고민으로 사생결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라제기 /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이 글은 신문과 방송에 수록된 글이며 언론도서과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 http://kpfbooks.tistory.com/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