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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따라잡기/기타

해외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 - 기존 인력은 감원 디지털 인재는 충원

(이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과방송에서 가져온것 입니다)


해외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

기존 인력은 감원

디지털 인재는 충원


김병철 / 미디어오늘 기자






지난 10월 1일 뉴욕타임스가 뉴스룸에서 100명을 감축한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계를 강타했다. 많은 언론이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얼마나 이 문제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종이신문 업계에선 “올것이 왔구나. 이제 우린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들린다.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 전부터 예상된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동안 미국 언론 종사자 수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ASNE)에 따르면 2004년 5만 4,000여명의 신문사 뉴스룸 종사자는 2012년 3만 8,000여명으로 약 30%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잡지 업계도 3만 8,000명이 줄어들었다. 우리가 해외 언론사의 폐간 소식을 접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두 달 후면 150년의 역사를 채울 예정이던 미국 덴버의 일간지 록키마운틴뉴스는 2009년 2월 폐간했다.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미국 3대 시사주간지로 불린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와 뉴스위크는 2008년, 2012년을 끝으로 인쇄판을 접고 ‘온라인 전용’ 매체로 전환했다.


이처럼 인쇄매체는 경영난과 시장 변화의 파고에 떠밀려 쫓기듯 구조조정과 폐간을 이어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해외 언론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의 인원 감축이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면, 이젠 전략의 일부분으로 채택하는 모습이다. 기성 언론사들이 ‘디지털 시대’에 대응해 시장 변화의 주체가 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 선도들이 시도하는 전략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 시대 해외 언론이 펼치는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다. 네이버에 들어가면 공짜로 볼 수 있는 기사가 넘치는 한국 상황과 분명 차이가 있지만, 해외 언론의 디지털 전략을 살펴보면서 유료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없다. 2000년 초반부터 온라인 유료화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크게 확산된 건 2010년 이후다. 더타임스, 선데이타임스는 2010년에 유료화에 돌입했고, 텔레그래프도 2012년 온라인에 지불장벽을 세웠다. 워싱턴포스트도 2013년에 유료화를 시작했다. 월스트 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신문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었지만, 이런 종합신문들의 성공은 ‘유료화 모델’을 본궤도에 올렸다. 


이제는 수많은 지역 언론사도 유료화에 동참해서적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발행하는 ‘신문의 혁신’에 따르면 2013년 2월 기준 북미 지역에서 유료화를 실시한 신문은 400곳을 넘었다. 특히 2011년 유료화를 시작한 뉴욕 타임스의 종량제 모델은 성공적으로 안착해, 2014년초 디지털 전용 구독자는 76만여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유료화에 성공한 건 아니다. 뉴욕타임스 컴퍼니가 2013년 매각한 보스턴글로브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당시 3만 명을 넘지 못했고, 미니애폴리스스타트리뷴의 구독자 역시 2만여명에 그쳤다. ‘신문의 혁신’은 “이런 수치가 두 신문사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뉴스룸 인력 개편

최근 뉴스룸에서 100명 감원 계획을 밝힌 뉴욕타임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뉴욕타임스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그 다음해에 100명씩 모두 200명을 감원했다. 또한 2013년에도 30여명의 시니어 기자를 내보냈다. 뉴스룸 외 부서의 인력까지 포함하면 감원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여름 10여명의 뉴스룸 인원을 해고했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USA투데이도 지난 9월 30여명을 내보냈다.


지방신문의 경우 더 심각하다. 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연구소장에 따르면 댈러스모닝뉴스는 지난 15년 동안 절반 이상의 기자를 줄여 뉴스룸 인원이 680명에서 250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제 언론사의 인원 감축을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새로운 성격의 언론인들이 뉴스룸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개발자, 디자이너, 분석가 등의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뉴스룸 인원이 1,250명(2013년 말)에서 1,330명으로 늘어났다. 2008, 2009년 대규모 해고가 경영난을 타개하는 차원이었다면, 5년 후인 지금은 뉴스룸 인력 개편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영국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텔레그래프 그룹은 2013년 550여명의 뉴스룸 인원 중 80명을 내보냈다. 대신 50명의 ‘디지털 인재’를 신규 채용했다.당시 텔레그래프는 ‘뿌리에서 가지까지 모두 바꾸는 개편’이 필요하다며 구조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라이오넬 바버 파이낸셜타임스 편집국장도 2013년 1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25명을 내보내는 명예퇴직을 제안했지만 동시에 디지털 인력 10명을 충원한다고 밝혔다.


뉴스룸 리모델링

인력 개편은 뉴스룸 통합, 부서 신설, 역할 조정 등으로 이어졌다. ‘뉴스룸 리모델링’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변화는 뉴스룸의 물리적 위치와 배치부터 구성원들의 마음가짐까지 망라한다. 여러 매체를 운영하는 미디어 그룹 중에는 모든 뉴스룸을 통합하고 ‘슈퍼데스크’를 만드는 시도를 하는 곳도 있다.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지와 라디오 채널 등을 보유한 나시온 그룹은 모든 매체의 기자들을 모아서 331명이 함께 일하는 통합 뉴스룸을 만들었다. 인도의 인디아투데이 그룹도 2012년 새 사옥을 짓고 잡지, 신문, 라디오, TV 뉴스룸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스탐파는 종이신문의 매니징 에디터와 웹 에디터가 300미터나 떨어져 있던 기존 사무실 대신, 모두가 모여서 일하는 부채꼴 모양의 새 뉴스룸을 만들었다. 종이신문과 디지털 부문이 다른 건물을 사용했던 뉴욕타임스도 2005년 하나의 통합 뉴스룸을 구축한 바 있다. 


또한 해외 언론사는 개발자, 디자이너, 분석가를 뉴스룸에 영입하면서 디지털 부서를 신설했다. 뉴욕타임스는 데이터를 인터랙티브하게 보여주는 그래픽팀과 ‘스노우폴’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기사를 생산하는 인터랙티브팀을 운영하고 있다. 가디언도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팀장이었던 애론 필호퍼를 지난 6월 영입한 후 디지털부 아래에 비주얼팀, 데이터 프로젝트팀, 독자 개발팀 등을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60명 규모의 ‘실시간 뉴스데스크’를 구성하고, 소셜미디어 담당자와 분석가가 함께하는 ‘고객 참여 데스크’를 신설했다. 앞서 언급한 나시온 그룹은 뉴스룸 통합 후 레이더(Radar), 에코(Echo)라는 명칭의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다. 레이더팀은 뉴스소스를 찾아내 기자들과 공유하고 독자의 뉴스 소비 행태를 분석하는 업무를 하며, 에코팀은 나시온 그룹의 모든 기사가 잘 확산될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를 운영한다.


뉴스룸 리모델링에 따라 기존 인력의 역할에도 변화가 왔다. USA투데이의 모기업 가넷은 뉴스룸 책임자들의 명칭을 바꾸고 역할을 재정의하면서, 부장은 ‘콘텐츠 코치’로, 매니징 에디터는 ‘콘텐츠전략가’로 변경했다. 이들은 기자들의 취재를 돕고, 타깃 독자를 찾아내 기사를 전달하고, 독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업무 공정의 변화

주요 언론이 추구하는 ‘디지털 우선’ 전략의 최종 지점은 종이신문 제작에 맞춰진 뉴스룸의 업무 공정을 바꾸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는 “앞으로 뉴욕타임스는 종이신문이면서도 훌륭한 디지털 기사를 생산하는 곳에서, 디지털 신문이면서도 훌륭한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곳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디지털 우선’ 전략에서 뉴욕타임스보다 좀 더 자신감을 드러낸다. 바버 편집국장은 2013년 10월 “1970년대식 신문 발행 프로세스는 끝났다. 앞으로 우리 종이신문은 웹에서 기사를 가져올 것이다. 그 반대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엔 2001년 시작한 유료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 신문의 2013년 디지털 구독 증가율은 전년대비 31%로, 온라인·모바일 유료 구독이 41만 5,000건(2014년 4월)에 달한다. 텔레그래프 그룹도 과감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텔레그래프는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디지털용 기사를 작성하면, 소수로 구성된 편집팀이 ‘뷔페’처럼 기사를 골라 종이신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그룹의 제이슨 케이센 편집장은 새로운 업무 공정을 미리 정해져 있는 지면 포맷에 온라인 기사를 옮겨 넣는 ‘템플릿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조직문화 정착

‘디지털 우선’ 전략을 추구하는 언론사가 애를 먹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종이신문에 맞춰져 있는 뉴스룸의 조직문화다. 환경을 바꾸더라도 결국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사들은 조직문화를 바꿔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미디어브리핑’에 따르면 라스탐파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뉴스룸에 충원하면서 기존 기자들의 변화를 유도했다. 실제 기자들은 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인터랙티브한 기사를 제작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었다. 마르코 바르다치 디지털 에디터는 “디지털 전문가들이 뉴스룸에 들어오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일간지 르수와르는 뉴스룸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 착안해, 뉴스룸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신문은 29세 이하의 젊은 언론인 10여명을 신규 채용해 뉴스룸에 배치했다. 회사는 이들에게 1면의 사설을 제외한 모든 부서와 지면에 관여해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종횡무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수와르의 매니징 에디터는 “기존 뉴스룸은 즐겁고 재밌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르수와르는 이런 뉴스룸의 변화가 신문 구독층에도 영향을 미쳐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는 언론도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스프레드시트(엑셀 등) 같은 아주 기초적인 교육부터 수준 높은 프로그래밍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리사 맥로드는 “기초 HTML 교육이 가장 인기가 있다”며 “이런 교육이 언론인을 ‘코더(Coder)’로 만들어주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디지털 저널리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전 세계 ‘IT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배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독일 최대 신문 빌트의 카이 디크만 편집국장은 2013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10개월간 머무른 후 이 신문의 ‘디지털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코노미인사이트에 따르면 그는 “디지털 성수로 세례를 받았다”고 표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고위 간부들도 3~4주 동안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을 방문한 후 디지털 전략에 반영했다.


‘디지털 우선’ 전략을 위해선 콘텐츠와 조직을 개편해야 하지만, 전제조건은 디지털 수익모델이다. 다수의 해외 언론은 ‘콘텐츠 유료화’를 통해 일단 실마리는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의 대부분을 종이신문에서 얻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디지털 우선’ 전략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은 더 어려운 상황이지만 핵심 제품인 뉴스를 이대로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만 수익모델을 찾을 수도 없다. 


눈에 띄는 디지털 수익모델 

이런 측면에서 해외 언론의 두 가지 시도가 눈에 띈다. 첫째는 하나의 지불장벽 뒤에 여러 매체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전 세계 500여개가 넘는 언론사와 계약을 맺은 ‘피아노 미디어’는 온라인에서 지불장벽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회사다.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번의 구매로 소속된 여러 언론사 사이트에서 유료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목적과 성격이 다르지만, 유료 기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워싱턴포스트 파트너 프로그램’도 비슷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초 여러 지역언론사에게 이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제휴를 맺은 지역 언론사의 온라인 구독자는 워싱턴포스트에서도 유료 기사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 콜럼버스디스패치 등 벌써 120개 이상의 지역 언론이 동참했다.

둘째는 언론사의 브랜드를 이용한 수익모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콘퍼런스 등 행사 개최다. 미국신문협회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신문사들의 46%가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는 직접 홍보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행사 내용을 기사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행사 주제가 언론사의 특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더 좋다. 미국의 채터누가타임스프리프레스와 텍사스트리뷴은 매달 한 번 이상의 행사를 열어 수익과 홍보효과를 모두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