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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따라잡기/기타

CMS와 디지털 퍼스트 도구 바뀌니 조직 체질, 운영 방법도 변해

(이글은 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에서 가져온것 입니다)


CMS와 디지털 퍼스트

도구 바뀌니

조직 체질, 운영 방법도 변해


한운희 / 연합뉴스 미디어랩 기자


구조는 기능을 제한한다. 새로운기능이 필요하면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도구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한다.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위해서라면 새 도구를 취할 필요도 있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뉴스 기능의 새로운 해석은 디지털 퍼스트를 염두에 두는 언론사라면 어디나 거쳐야 할 절차다. 뉴스가 새로이 기능하려면 뉴스 제작자의 사고와 행동 역시 ‘프린트 퍼스트’ 때와 달라야한다. 기사 작성·편집·저장·배포·추적 도구이자 구조체인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이하 CMS)의 혁신을 심각히 고려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CMS가 과연 디지털 퍼스트와 제대로 조응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절하게 개조하든지 필요에 따라 아예 새로 짓는 결단도 해야 한다.






뒤로 밀린 ‘지면 회의’

  지난 9월 17일 베일을 벗은 파이낸셜뉴스의 새 CMS ‘Nice-FN’(New Integrated CMS, Essence of Financial News’의 약자. ‘파이낸셜 뉴스의 미래를 이끌 통합 CMS’라는 의미다.)은 디지털 퍼스트에 최적화한 국내 최초 의 통합 CMS라는 점에서 미디어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Nice-FN’은 인터랙티브 기사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기사를 누구라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수용자의 유입 경로를 구분해 서로 다른 기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온라인 선출고, 지면 후편집’ 체제를 시스템상에서 오롯이 구현할 수 있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탄탄한 밑받침 역할을 한다.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어떤 언론사보다 가장 먼저 디지털 퍼스트에 안성맞춤인 CMS를 손에 쥘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두고 지난해 9월부터 새 CMS 프로젝트를 총괄해 온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 부국장은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용과 거부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경영진이 강한 의

지를 보이자 부정적인 의견이 수면 아래로 빠르게 사라졌다”며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결단을 내린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파이낸셜뉴스의 경영진은 새 CMS를 사내에 공개하기 전 열었던 간부 워크숍에서 다시 한번 강한 의지를 천명해 프로젝트 진행 최종 단계까지 지속 가능한 힘을 싣기도 했다.





  새 도구가 정상 작동하면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변한다. 파이낸셜뉴스의 새 CMS는 조직 구조와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직 구조가 ‘디지털 퍼스트’를 중심으로 대폭 정비됐다. 새 CMS 도입 15일 만에 편집국장을 교체했고 지난 10월 8일에는 기존 데스크의 수평 이동이 아닌 새로운 인물 중심의 발탁 인사를 단행해 데스크를 새로 짰다. 편집부 기자들도 편집부에서 각 취재부서로 이동시켰다. 취재부장과 실시간 상의하며 온라인 출고 기사를 최대한 빠르게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조직 운영 역시 디지털 퍼스트에 적합하도록 빠르게 진화 중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오전 9시 지면 회의의 폐지다. 대신 ‘이슈 회의’를 진행한다. 이슈 회의에서는 부서별로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과거 지면 회의는 오후 2시로 미뤄졌다. 여기에서 이미 출고한 온라인 기사를 중심으로 지면을 짠다. 지면에서도 종합면은 이슈면에 더 가깝게 변한다. 예컨대 단통법, 국정감사 등 중요 이슈가 있을 때 이슈별로 지면을 할애해 각 부서에서 쏟아내는 기사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형식이다.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공간 편집’의 묘미와 기사의 깊이를 최대한 지면에서 살려내는 게 핵심이다.


아직 미흡하나 충분히 개혁적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규모가 큰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다 보니 오류와의 전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도입 초기에는 포털로 기사 송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고 온라인 페이지가 제대로 갱신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아직은 새 CMS의 성능을 100% 쓰지 않고 부분적으로 사용 중이다. 디지털 퍼스트에 최적화한 CMS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수 기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정밀한 독자 분석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유입 경로를 분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독자가 어떤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읽고 있는지 추적하고 패턴을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도구가 CMS에 아직 내장돼 있지 않다(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은 “현재는 0.9버전이라 내장돼있지 않지만, 정식 버전인 1.0버전부터는 이를 반드시 내장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기사를 모니터링해 관련 기사를 빠르게 추가하거나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등의 기초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파이낸셜뉴스의 새 CMS ‘Nice-FN’은 디지털 퍼스트를 지향하는 국내 언론사에 충분히 모범 사례로 쓰일 만하다. 최신 경향을 성실하게 반영해 빠르게 디지털 퍼스트에 최적화한 CMS를 전면적으로 도입했다는 점, 단순히 물리적 도구를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쓰는 사람과 운영하는 조직의 체질 역시 개선했다는 점 등은 파이낸셜뉴스의 디지털 개혁 행보를 주목할 만한 충분한이유다. 





  모든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를 꿈꾸지만, 모든 언론사가 수억 원 이상을 들여 파이낸셜뉴스같이 통째로 CMS를 바꿀 수는 없다. 재정적으로 부담 되거나 섣부르게 시도할 수 없는 언론사는 오픈소스 CMS를 적절하게 수정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서비스가 좋은 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한 대형 언론사지만 디지털 서비스용 CMS는 오픈소스인 ‘워드프레스(WordPress)’- (매트 뮬렌웨그와 마이크 리틀이 ‘b2/cafelog’라는 블로그 운영 도구를 기반으로 개발해 2003년 5월 25일 처음 공개한 오픈소스 CMS)를 채택해 사용 중이다. 오픈소스지만 사용의 편의성, 효율성 그리고 안정성과 보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오픈소스라 원칙적으로 비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각언론사에 맞게 사용자화 하는 비용은 필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어판(http://kr.wsj.com)을 론칭하기 전부터 일부 언어판과 리얼타임 섹션을 워드프레스를 사용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따라서 디지털판만 존재하는 한국어판을 시작하며 워드프레스를 CMS로 쓰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지면까지 운용할 때 쓰는 월스트리트저널 본 CMS인 ‘메소드(Method)’를 도입해 구태여 많은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CMS 활용도 괜찮아

  물론 워드프레스를 있는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워드프레스의 가장 중요한 장점인 확장성을 충분히 활용해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에 알맞은 부가 기능을 개발해 추가했다. 순수 수동 입력이던 기자 바이라인을 반자동화하고 속보 티커 등을 추가했다. 또한, 포털 다음에 기사 송고시 카테고리가 자동 입력되는 기능도 덧붙였다. 이 모든 작업은 뉴욕 본사의 개발팀에서 담당한다. 본사 개발팀은 오류 수정도 책임진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한정연 디지털에디터에 따르면 “본사 개발팀과 업무 협조가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문제일 때는 1분 안에 해결될 정도”로 신속히 이뤄진다고 한다. 도입 비용이 저렴하지만,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빠르게 대처 가능한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계도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미국판처럼 자유롭게 인터랙티브 기사를 실을 수 없다거나 비디오 콘텐츠를 최적화해 삽입할 수 없는 구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언론사 뉴스페이지에서 꼭 필요한 첫 화면(프런트 페이지) 편집은 별도의 독립 프로그램을 워드프레스에 연동해 사용한다. 편집자가 워드프레스로 입력한 기사를 첫 화면 짜기 프로그램으로 가져와 간단히 설정하면 완료되는 형식이다. 내장된 독자 데이터 추적 분석 기능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과거에는 아주 간단한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독립된 데이터 분석 도구를 쓴다. 일차적으로는 다우존스앤드컴퍼니 소속 데이터팀이 분석한 자료를 받아서 쓴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운영의 핵심은 무겁지 않은 CMS를 사용해 디지털 퍼스트를 구현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7일 특집으로 올린 ‘지난 한 주 뜬 부자, 진 부자’가 대표적인 예다. 한정연 디지털에디터가 직접 알리바바 상장으로 중국 최고 부호로 떠올라 화제가 됐던 마윈 회장, 강남 금싸라기 땅한전 본사터를 매입해 연일 여러 매체의 입에 오르내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한 주의 이슈와 함께 정리한 기사였다. 워드프레스의 부족한 기능을 메우기 위해 ‘임베드리(http://embed.ly)’ 서비스를 활용해 기존 기사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삽입했다. 

특정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기존 기사를 적절히 ‘리패키징’한 이 기사는 평소 대비 20~30%가량 독자 호응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이처럼 오픈소스 CMS 워드프레스와 인터넷에 존재하는 적절한 공개 서비스를 잘 조합하면, 따로 개발한 CMS 없이도 일정 수준 디지털 최적화한 기사를 제작할 수 있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지금까지 살핀 두 사례는 모두 저마다 훌륭한 점을지니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 디지털 퍼스트에 적합한 뉴스콘텐츠 제작에는 큰 손색이 없지만 ‘전달’ 전략을 취하기에는 아직 보강할 부분이 있다. CMS 사용자 누구라도 쉽게 독자의 기사 소비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행적을 추적하며 패턴을 읽어 다음 기사 제작 전략을 짤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 이 도구가 몇몇 사람들을 위해 어딘가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뉴스콘텐츠를 생산하는 ‘누구나’ 보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CMS에 원래 있던 그것처럼 녹아 있어야 한다. 분석해 얻은 결과를 다음 콘

텐츠에 반영할 수 있는 조직 구조와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후발 주자들은 그래서 유리하다. 제대로 디지털 퍼스트용 CMS를 만들려면 경쟁사보다 무엇에 더 신경 써야 할지 그 답을 알기 때문이다.남은 것은 실행이다. 승부는 여기서 결정된다.


※ 이 글은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과 한정연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디지털에디터를 인터뷰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