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누구를 탓하랴?
(이글은 미디어스에서 가져온것 입니다)
지역언론, 누구를 탓하랴?
[김재영 칼럼]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2008년 열린 전국 지역언론신문 모음전 ⓒ 미디어스
“정말 간절하게 원했던 (서울 소재 언론사)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2주 동안 폐인으로 살았어요. 정신을 추스르고 '어떻게든 올해 안에 무슨 일이든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 소재 언론사에) 지원을 했습니다. 오늘 최종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가지 말라는 사람이 더 많더군요. 많은 사람이 지역언론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를 합니다. 일하는 환경이나 급여, 출입처나 취재원에게 무시 받는 일, 혹은 '남겨먹기' 같은 기사영업, 지역 정경과의 유착 등 그들이 열거한 게 많습니다”
올해 초 한 졸업생은 자신의 진로를 두고 “지독히도 현실적인” 답을 갈구했다. 난 “지역언론의 평판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서울 사람들이 판단하는 만큼은 아니다”라며 수도권에 살고 있는 그에게 “지역에 대한 애착, 사명감으로 살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장고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대부분의 지역언론은 손쉬운 질타의 대상이다. 세간의 평가도 좋을 리 만무하다. 최근의 몇 가지 사례만 거론해보자.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삼성과 전북도의 새만금 투자 MOU 체결에 예찬과 상찬만 늘어놓은 전북지역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삼성 찬양에 푹 빠진 전북지역 언론’ <미디어스> 5월3일). 대전충남민언련은 지난달 21일자 <일일브리핑>을 통해 “안정적인 구독료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지역신문 상황에서 돈 되는 지면”에 골몰하는 현상을 꼬집었다. ‘과학의 날’을 맞아 일부 지역신문이 별지로 발행한 홍보성 특집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급기야 “지역신문업계의 경영난[이] ‘조중동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었다(‘적자 지역신문, 조중동 방송에 줄서나’ <오마이뉴스>, 5월2일).
지역신문의 심각한 경영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발표된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는 이를 재확인해 주었다. 간판 지역일간지 10곳 중 6곳이 작년에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 대표 일간지가 이 정도라면 세칭 마이너 지역신문의 사정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에 비해 서울 소재 일간지들의 경영지표는 현저히 개선되었다. 특히 2009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2010년에 흑자로 전환했다. 지역과 서울 간 양극화 현상이 개선되기는커녕 심화되는 양상이다.
언론사의 경영난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그것이 ‘무개념’ 보도태도를 정당화하진 못한다. 동시에 경영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지역언론의 행태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지 못한다.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이 구조적 문제, 즉 중앙 집중화된 사회체제와 시장 원리조차 작동하지 않는 언론시장에서 기인함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시행 중이고 취약매체 지원 방안이 나온다고 한들 지역언론의 사정이 얼마나 나아질까. 이 조치들은 최악이라는 경우의 수를 줄일 뿐 구조 개선이라는 최선을 담보하지 못한다.
출처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58